뮤즈 인터뷰 “‘드론’은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대변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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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대 처음 뮤즈의 신보 [Drones]를 듣고 나는 실망했다. 작법들은 아이디어가 바닥난 듯 제자리를 맴돌았고, 꼬깃꼬깃 묻어가는 주법들은 그대로 과거의 답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들을수록 더 와 닿는 작품이었다. 얕게 듣고 빠르게 판단하려 한 내가 앨범의 깊이 앞에서 천천히 판단 당했다면 맞을까. 어쨌거나 [Drones]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뒤 들어봐야 할 앨범이었다. 뮤직매터스에서 뮤즈를 만났다.

뮤직매터스(이하 뮤매): 반갑다. 한국의 음악 웹진 뮤직매터스라고 한다. 새 앨범 발매를 축하하고 또 잘 들었다. 결과물에는 만족하는가? 아쉬운 점은 없는지?

매튜 벨라미(이하 매튜): 우리가 신보 작업을 시작했을 때 목표는 분명했다. 밴드가 처음 시작했던 그 때처럼 나와 돔, 크리스 이 세 명이 세 가지 악기를 가지고 만드는 사운드로 돌아가자는 것. 세 악기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를 중심으로 강하고 무거운 기타 리프가 주가 되는 앨범을 만들자는 것. 그래서 지금까지 세 악기를 보조했던 기계나 장비들로부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 노력했다. 드럼머신은 빼고, 신시사이저는 적게 쓰고 그 외 부가적인 장비는 되도록 쓰지 않고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사실 세 명이 함께 연주할 때면 늘 어둡고 무거운 사운드를 추구하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악기들을 생각해본다면 이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세 악기가 모두 헤비한 사운드를 지향하는 악기이고, 그러다 보니 셋이 함께 그 악기들을 가지고 곡을 만들다 보면 무거운 사운드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건 우리가 처음부터 원했던 결과이기도 했다. 우린 지난 앨범이 매우 실험적이었다는 걸 느꼈고,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단단한 록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다. 신보가 꽤 헤비한 사운드로 나와 만족스럽다.

뮤매: 조지 오웰의 작품을 바탕으로 삼았던 [The Resistance]의 주제, 그러니까 디스토피아적 인간 소외와 소외된 인간들의 투쟁을 다시 한 번 다루었다. 콘셉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매튜: ‘드론의 세상’이라는 허구의 세계를 설정해서 사람들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있는 진실된 감정을 포착하려고 했다. ‘드론’은 기술 발전에 따른 휴머니티의 실종 같이 실제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대변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앨범의 시작점이다. 어쨌거나 이 앨범은 ‘드론’에 관한, 드론의 공격을 이야기 하고 있다. 드론 교전의 역사를 다룬 리차드 휘틀(Richard Whittle)의 <Predator>라는 책을 읽고 많은 것들을 알게 됐는데, 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사람들이 드론이라는 존재에 대해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드론이라는 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는지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드론이 처음에는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 왜 작은 것들 있지 않나. 하지만 그런 것들이 좀 더 커진다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거기 사람이 올라탄다고 생각해 보는 거다. 괴상하게 보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순서 아니겠나? 물리적 문제만 없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거다.

뮤매: 이번 앨범에서 크리스토퍼와 도미닉이 만든 곡은 없는가? 있다면 곡에 관한 각자의 설명을 듣고 싶다.
크리스 볼첸홈(이하 크리스): 이번 앨범 컨셉 상 참여하지 않았다. 나는 보컬이나 송라이팅에 대한 욕심이 없고, 베이스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라이브 무대에서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뮤매: 베이스와 드럼이라는 리듬 파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번 앨범에서 ‘감상 포인트’ 같은 게 있으면 한 마디씩 해달라. 그리고 지난 앨범들에 비해 특별히 치중한 부분이 있다면 덧붙여 말해주면 고맙겠다.
도미닉 하워드: 이번 앨범을 통해 우리의 음악이 시작된 뿌리를 찾고 싶었다.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음악은 세 명이 처음 모여 밴드를 시작했을 때부터 유지되어온 형태이다. 여름날 매튜네 지하실에 내려가 그냥 같이 합주하던 그런 시절 말이다. 같이 음악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그렇게 만들어진 곡들은 우리가 연주하는 악기들만으로도 라이브로 구현할 수 있었다. 아마 그런 걸 떠올리면서 이번 앨범을 통해 그 때 에너지를 다시 찾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스테이지 위에서 그걸 느끼고 싶어서. 팬들도 그렇게 느끼면 좋겠다.

뮤매: 로버트 존 레인지(Robert John “Mutt” Lange)와 함께 일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나에게는 AC/DC, 데프 레파드, 카스(The Cars)의 프로듀서로 기억되는 사람인데 당신들은 그의 어떤 면에 끌린 것인가? (또는 그에게서 무엇을 끌어내고 싶었는가?)
매튜: 사실 우리 매니저를 통해서 머트 레인지가 우리랑 같이 작업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매니저는 80년대에는 AC/DC와 데프 레파드 같은 밴드들과 함께 했고 90년대에는 샤니아 트웨인과 함께 작업한 사람인데, 이 사람이 바로 머트 레인지와 친구 사이였던 거다. 그래서 이 얘기를 전해주게 된 건데, 이 말을 듣자 마자 우린 진짜 끝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실 5년이나 10년에 한 번 작업 하는 프로듀서였고, 그런 그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다.

머트는 누가 봐도 완벽주의자다. 그를 설명하기 위해선 그 단어가 꼭 필요하다. 그는 굉장히 섬세한 동시에 감정의 폭이 매우 깊은 사람이어서 멜로디와 하모니, 가사와 퍼포먼스까지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에너지가 넘칠 때나 지쳐있을 때나 똑같이 그 순간의 분위기를 포착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게다가 어떤 곡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늘 생각하고, 우리가 그 곡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어떤 연주가 최고의 버전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우리는 진짜 엄청나게 많은 녹음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정말로 음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세심한 사람이었고, 그와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건 우리에게 굉장한 행운이었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는데 그건 그와의 작업 방향 조율이었다. 머트의 작업 방식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초반에 균형을 맞추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우리가 음악을 배우던 90년대는 뭐든 느슨하게 하는 게 쿨하다고 여겨지는 시대였다. 그래서 처음엔 완벽주의자 머트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 정반대로 충돌하기도 했었다. 결국 이번 앨범 작업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자 가장 큰 어려움은 머트의 의견과 우리 셋 의견 사이의 절충점을 찾는 것이었다. 중간 중간 약간의 언쟁이 있었지만 결국은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뮤매: 싸이코패스들에게 지배된 세상에 바치는 기도(?)처럼 들리는 마지막 곡 ‘Drones’의 녹음 과정이 궁금하다. 멤버 셋이 부른 것인가?
매튜: 르네상스 시대의 클래식 장르에서 영향을 받은 곡으로 록이나 팝, 아니 요즘 시대의 어떤 음악과도 다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현대음악에 가까운 스타일인데 이 곡을 부를 때 최대한 유령이 울부짖는 느낌을 내려고 했다. 드론에 의해 무차별적인 희생을 당한 사람들의 유령 말이다. 모두 내가 부른 것이다.

뮤매: 인터뷰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뮤직매터스 독자들과 곧 다시 만날 한국 팬들에게 인사 말을 부탁한다.
크리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는 9월 오랜만에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대된다. 이번 새 앨범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인터뷰 질문 작성 및 글/김성대, 사진제공 및 인터뷰 진행/워너뮤직 

One thought on “뮤즈 인터뷰 “‘드론’은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대변하는 개념이다”

  1. 우리나라에 이번 신보와 관련된 뮤즈 인터뷰가 있었는지..? 뮤직매터스가 처음인 것 같은데 대단합니다 (오~)
    머트라는 프로듀서에 대해 좀 알아보고 싶네요 앨범도 찬찬히 더 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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