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Jovi [Burning Bridges] (2015)

본조비

축축한 ‘A teardrop to the sea’를 본 조비 신보의 첫 곡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리치 샘보라가 없는 본 조비. 그 밴드의 새 앨범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이 어쩌면 이상한 일일지 모른다. 이매진 드래곤스 같은 다음 곡 ‘We don’t run’을 귀로 받아내면서 나는 더이상 90년대까지 본 조비를 앞으로 새 앨범들에서 기대해선 안 되리란 확신을 갖게 되었다. [Have A Nice Day](2005)부터 10년간 이들의 프로듀서로 자리 잡은 존 솅크스의 존재 아래 그 일은 로또 맞는 일보다 힘들어보인다. 하물며 80년대 본 조비를 좋아했고 기대하는 이들이 본 조비의 지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짐작하는 일은 초등학교 산수 문제 만큼이나 쉬울 일이다. 신작 아래 달린 “조비 형님 이제 은퇴 사세요”라는 한 네티즌의 야유가 단순한 야유에서 끝날 수 없는 이유이다.

물론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리치가 남기고 간 ‘Saturday night gave me sunday morning’의 행복한 기운은 그 밴드가 본 조비이기 때문에 아직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현악의 풍류에 건반의 운치를 녹인 ‘Blind Love’에서 존 본 조비 역시 작곡가로서 건재하다. ‘Fingerprints’에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I’m your man’에서 일렉트릭 기타 솔로를 듣고 있자면 딱히 필 엑스(Phil X)의 실력을 의심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아무렴, 트라이엄프(Triumph)나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와 한솥밥을 먹은 기타리스트의 실력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다만, 한 쪽은 들려주고 다른 한 쪽은 들어내는 이 게임에서 룰을 바꿀 필요는 있어 보인다. 가령 2000년대 본 조비를 받아들이기 전 80년대 본 조비를 전제하는 일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다. 이유는 그 뒤 몰려올 지루함과 피로감은 오롯이 팬들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Lost Highway](2007) 정도에 서서 앞으로의 본 조비를 바라봐주면 좋겠다는 쪽이다. 그러면 이 앨범의 마지막 곡 ‘Burning Bridges’를 밴드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들은 더는 하드록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이므로, 장르를 잊고 음악에 젖어드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로 본 조비를 대하는 것이 팬들의 가장 현명한 ‘대처’이리라 나는 보는 것이다.

머큐리(Mercury) 레이블과 32년 인연을 끝낸 이 앨범 이후 고작 1년 뒤 나올 새 앨범이 어떤 앨범이 될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필 엑스라는 기타리스트가 있어 아이폰 6S가 나오는 마당에 ’80년대로의 회귀’ 같은 시대착오적 반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 가능성이 얕거나 옅다는 얘기이고, 시대와 장르를 향한 팬으로서 집착을 버리는 순간 지난 10년간 본 조비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으리란 얘기이다. 이 앨범도 그런 식으로 편견 없이 듣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편견을 모조리 물리칠 만큼 최고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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